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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 다녀왔다

통구 2022. 10. 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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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다녀왔다.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 화장실 바로 그곳이다.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화장실 앞 추모공간

추모공간 위치는 역사 내 화장실 앞과 10번 출구 앞 두 곳이었다.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 그리고 먹거리가 놓여져 있다.

내가 다녀온 시점은 신당역 살인사건 발생 후 일주일 정도 후다.

지금은 신당역 화장실 앞 추모 공간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서울교통공사에서 공표한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기간이 지난달 30일까지였기 때문에.

신당역 살인사건은 사건 자체도 끔찍하고...
가까운 곳에서 비슷한 또래한테 생긴 일이라
더 남일 같지 않고 마음이 무겁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

솔직히 마음이 안 좋아서 되도록이면 사건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이 글도 추모공간에 다녀온 지 한참이 된 후에야 쓴다.

하지만 신당역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꼭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과,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보호/가해자 관리가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걸 보여준 사건 아닌가.

그리고 걱정스러운 점은
신당역 살인사건이 알려진 후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은
화두가 되고 있지만,
과연 재발방지가 가능할까 하는 부분이다.

사건 발생 후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신당역 사건 역무원 피해자 추모주간 선포' 내용이 있었다.

파일까지 열어보지만
당시엔 분향소 설치와 전직원 추모 리본 패용 내용이 다였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겠다는 것.

이것도 맞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나와야 한다고 당시에 생각했다.

다행히 이후 사건 발생 열흘 만에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발표한 공식 사과문에는 관련 약속이 있었다.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잘못된 시스템과 관행을 고치겠다."
부디 이것이 아주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직원들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서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스토킹과 불법촬영 범죄로 시작해 결국 보복으로 이어진
사건이지만,,,그게 본질이지만, 범죄의 실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볼 필요가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 역무원을 찾아가 사건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회사 내부망을 통해 피해자의 근무지와 동선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이미 직위해제된 상태였는데
근무 중인 직원이라고 속이고
다른 역에서 자신의 계정으로 접속해 피해자 정보를 확인했다.

거기다 이전에는 그 내부망을 이용해
피해자 집주소를 알아내 집으로 몇번이나 찾아갔다.

피해자 집 주소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자를 만나지 못했고,
근무지를 알아내 신당역으로 찾아갔다.

만약 가해자가 피해자의 현재 집주소를 알았다면...
사건은 집에서 발생되지 않았을까?

어찌됐든 회사 내부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를 찾아냈다는 점에
회사 경영자, 인사팀들은 주목해야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 각성하고,
각자의 기업들은 개인정보 관리가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 지 점검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여성이 행복한 화장실'이라는 푯말이 있는 곳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사람이 수십~수천명 모이는 회사들은
직원 집주소와 근무지, 근무루틴 등의 정보를
좀 더 민감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특히 근무지 정보는 몰라도
(근무지 정보도 근무 동선과 시간까지 상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만)

개인 집주소가 꼭 전직원한테 공개해야만 하는 지 의문이다.

내가 이전에 다녔던 회사는
몇 백 명 인원의 개인정보가
인트라넷에 고대로 공개돼 있었는데

생년월일, 본가 주소, 현재 사는 집주소,
무슨 아파트 몇동 몇호까지 다 있었다.

그 인트라넷 정보는 누구나 수시로 볼 수 있었고
캡처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생년월일이나 증명사진 같은 정보를 캡처해
직원들끼리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

한때 그 회사를 다녔던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누가 생각보다 나이가 적니 많니, 증명사진이 실물과 너무 다르니 등의 이유로
캡처해 퍼나르는 정보였다.

그때도 내가 가진 의문은,
같은 회사이면 직원들끼리 다 믿어도 되는 건가?

직원들끼리 어떤 관계, 어떤 상황에 놓이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지 모르는데.
인트라넷 개인정보를 캡처할 수 있게 두는 게 맞나? 하는 걱정이었다.

예를 들어, 그 회사에 다니는 A에게 앙심을 가진 사람이
그 회사에 다니는 지인 B에게 'A한테 깜짝 선물 보낼려 하는데 주소 좀 알려줘~'
등의 거짓말로 정보가 공유되면?

말도 안 되는 상상이긴 하지만
범죄는 말도 안되는 계기로 이뤄진다.

그 회사는 직원들의 집주소를 내부망에서도 전직원에게 공개하기도 했지만,

부서에서도 명절 선물 보낸다고 받을 주소 보내라고
수십명이 같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요구하기도 했다....

누구든 누가 어디 몇동몇호 사는 지 너무나 쉽게 알게 되는 구조.

그걸 책임자 1명을 두고, 개인 채팅으로 보내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너무나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이 없던 회사였다.

그 회사 규모만으로도 대기업이고
계열사를 포함해 꽤나 규모가 큰 그룹사였는데도 그랬다.

신당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이 만들어진 신당역 10번 출구.

신당역 살인사건을 알게 된 후
이 걱정은 더 켜저서...
정말 그 회사는 아직도 개인정보를 그렇게 관리하겠지 하는 생각에 더 심란해졌다.

회사 경영진들과 인사팀들은 개인정보 관리에 대해
좀 더 엄격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입사 때 등본도 받고 집 주소도 받고 하는데... 다 좋다.

그런데 이걸 회사 경영진과 인사팀 정도의
소수의 사람만 보고 제대로 관리해야지,

왜 그걸 전사 직원이 볼 수 있게 공개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로 집주소를 알면
찾아가기 좋으라고...?
선물이라도 보내라고...?

그 수백명의 직원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어떻게 알고,
일이 벌어지면 그걸 책임질 수 있는가.

사내 스토킹 범죄는 아주 드문 일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하니 더 마음이 착잡해진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은 거 같은데
회사들 만큼이라도 사내 직원 개인정보 관리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공간에 있던
수 많은 메모 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문구.

'수천 송이의 꽃을 놓는다 해도
네가 걸었을 앞날보다 아름다울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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